흔들리는 철학, 흔드는 팬과 미디어.

오해와 진실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우리의 현재 위기는 예견된 결과였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시즌의 출발 8:2의 스코어, 그리고 마지막 날 소위 말하는 패닉바이로 즉전감의 선수들, 그리고 아스날에 경험을 가져다 줄 선수들이 대거 들어오게 되죠. 아니 그전에 박주영을 영입 했을때부터 이미 그러한 방식의 무브는 나타나고 있었어요.-물론 박주영의 경우 애초에 조엘 켐벨의 워크 퍼밋이 실패하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지만요-


 이러한 방식은  우리의 철학에 어긋나는 무브먼트였어요. -제가 말하는 철학이란 어린 유망주들을 영입해서 키워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지난 시즌 이적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이야기에요. 09 10 시즌 말 우리는 센터백 영입이 정말 급했고 벵거로썬 이례적으로 두명의 선수를 사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은 뭐 팬들도 알다 시피 코시엘니와 스킬라치였죠.


 그 당시로 돌아가서 아마 팬들에게 환영받았던 영입은 스킬라치였고 싫어했던 혹은 벵거가 변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은건 코시엘니의 영입이었죠. 이에 대해선 당시 팬 커뮤니티들의 반응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하죠. 어쨌든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두 선수는 어떻게 되어있나요?


 한편 우리의 지난 시즌 실패는 다소의 불운, 그리고 주포인 세스크의 계속된 햄스트링 부상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 보자면  주전 베스트 11외의 퀄리티 문제와 수비의 퀄리티 문제였지요. 그러나 여기서 제가 문제라는 단어를 썼긴 했지만 우리의 결과가 '문제'라는 말을 할 만큼 잘못된 시즌이었을까요? 아니면 왜 사람들은 문제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우승을 하지 못해서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4개의 대회를 동시에 탈락한 후 찾아온 끔찍한 경기력이 문제였을까요?


먼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팀의 대한 현실적 역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할꺼에요. 그리고 그에 대한 좋은 참조 글이 있어요.  이 글의  내용을 보면 알듯 사실 지난 시즌 우리팀은 못한게 아니라고 봐요. 다만 사람들이 바라는 팀의 모습과 현실적인 역량이 어긋나 있었을 뿐.


그럼 사람들이 흔히 지적했던 앞의 -소위 말하는- 문제들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해볼까요? 네 먼저 우리팀을 언제나 지긋지긋 따라 오는 수식어인 스쿼드 뎁스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실 이에 대해서 단편적으로 접근하기 애매한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팀은 유독 이에 대해선 운이 없는-요즘은 이것에 대해서도 다 벵거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부상과 결부해서 생각 해보아야 할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냥 여기서 단순하게 접근해본다면 우리팀의 지난 시즌은 베스트 11은 리그 최상의 팀. 그러나 몇 명의 월드 클래스가 빠지면 평범한 팀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팀정도로 봐도 무방할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 문제는 간단해요. 영입입니다. 그럼 여기서 팬들이 바라는 눈높이의 스쿼드 뎁스를 갖추려면 어느 정도의 영입을 해야 할까요? 그것도 물론 실제적인 예는 존재합니다. 아마 네임밸류로 보자면 맨시티 정도면 충분하겠죠. 그리고 대충 5년정도의 이적시장 동안 우리가 ES를 지은 돈의 두배 정도만 퍼부으면 되요.


  매우 간단한 이야기죠. 근데 그정도의 돈을 퍼부어서 선수의 뎁쓰를 갖췄다는 맨시티의 유럽 대항전 혹은 3-4일 간격의 경기를 한번 볼까요? 과연 팬들이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줬을까요? 다비드 실바, 아야 투레가 없는 맨시티는 그래도 세계 최고의 팀일까요?


다비드 실바, 아야투레가 없는 맨시티, 그리고 지난 시즌 세스크,송이 없던 아스날.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ES 두개를 지은 돈을 퍼부은 것의 차이치곤 참 보잘것 없는 차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이제 남아 있는 문제는 수비의 문제겠죠. 앞에서 지적했지만 아스날의 철학의 변화와 팬들에 대한 아스날 구단의 피드백은 아스날의 현실적 역량에서의 접근 방식에서 실패라고 봐야 해요. 팬들이 바라는건 즉전감의 네임 밸류 있는 선수의 영입이었고 아스날이 데리고 왔던 그에 맞는 선수는 스킬라치였죠. 물론 이건 팬들의 잘못은 아니죠. 잘못은 스카웃한 스카우트진에 문제가 있는거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 감독에도 문제가 있는 거죠. 그리고 지난 시즌 아쉬웠던 순간은 스킬라치가 실패로 판명 되었을때 이를 보완해 줄 영입이었겠죠.


물론 저도 겨울 이적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메르테자커급의 수비수만 보강했더라도 트로피 하나는 더 들 수 있었다는 결과론적인 분석엔 공감이 가요. 설렁 그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분명 돈이 있었지만 안 질렀던 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벵거의 입장에서 살펴보죠. 겨울 이적시장은 선수 이동이 생각보다 제약이 심한 시즌이고 벵거가 원하는 유망주를 영입하는 경우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리고 벵거가 사람들의 여론을 수용해서 진행했던 경험있고 네임밸류 있던 선수의 영입이 처절한 실패로 막 돌아갔던 시점이라는것. 이 와중에 다시 한번 그런 선택을 하는게 생각보다 도박이라고 인식하지 않았을까요?


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벵거의 속내를 알 수 있던 무브는 벵거가 여름 이적 시장이 되자 마자 바이아웃을 지를려고 했던 선수가 필존스 였었다라는 것일꺼에요. 물론 벵거의 마음속에 이상적인 매물은 훔멜스였겠지만 벵거도 우리 팀의 현실적  역량 정돈 고려했을테니까요.


즉 여름 이적시장은 우리의 철학대로 움직여야 하는 시간.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은 이러한 철학 속에 만들어진 팀을 조금씩 수정하는 시간이 되어야 옳았고 이는 아스날의 과거에서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벵거가 2009년 겨울이적 시장에서 데려온 아르샤빈의 영입은 그런 선택에서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 였다고 봐요.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의 팀 컬러와 전혀 다른 유형인 아르샤빈을 데리고 온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챔스권을 안겨주었고 이런 방식의 영입이 그러하듯  2년만에 선수가 망가질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안고 가야 했지만 어쨌든 (철학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의 타협이 성공한 케이스니까요.


그래서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적절한 수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나올 수 밖에 없는 반응이라고 보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이미 앞에서 얘기한 바이고 이야기를 바꿔 올 시즌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올 시즌의 문제-물론 4위라는 성적을 거둔다면 이게 지적되어야할 일인지 여전히 실체적 의문은 있지만-는 간단히 말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우리의 방식이 이뤄지지 못한데 있다고 봐요. 물론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자면 이제 막 전성기에 들려고 하는 두 선수에 미련을 못버리고 질질 끌어버린 '벵거'의 미련함에도 원인이 있었겠죠.


결과론적으로 말해 빠르고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세스크, 나스리를 팔아 버렸다면 아마 마타같은 선수를 사왔을 것이고 산토스가 아닌 유망주 윙백이 도달했을 것이고 아르테타가 아닌 다른 성공 가능성 있는 유망주 선수가 역시나 도달했을꺼라고 봐요. 물론 이에 해당되는 이름에 대해선 저보단 팬들이 흔히 잘 알수도 있고 아니면 또 듣보잡 유망주라고 욕먹었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죠.


자 그럼 다시 현재로 돌아와 지금 우리가 -세간에서 끔찍하다고 말하는- 이번 시즌을 그나마 버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물론 첫번째는 반 페르시의 건강함이라고 봐요. 그런데 반 페르시 역시 우리의 철학에 대한 믿음, 그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에요. 그리고 이런 반 페르시를 꽤 잘 보좌해온 제르빙요는 우리의 철학에 맞는 영입방식으로 이뤄진 선수이고-물론 살짝 나이를 먹은 느낌은 있지만 :)-  또한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던 AOC의 영입은 -현재 미디어와 팬들에 의해 절망적인 시즌이라고 말해지는- 우리의 시즌에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고 있는 중이라는 거죠.  여기에 또 만약 지금 수비진에 코시엘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모든 스쿼드를 월드 클래스로 채울수없는 역량의 팀, 그리고 4위 정도의 주급 규모를 가진 팀에서 현재의 성적을 그나마 지탱해주는 힘 역시 우리의 영입 철학에서 나오고 있는게 아닐까요? 제 생각에 우리의 철학은 실패하지 않았어요. 다만 흔들어대는 팬들과 미디어들 때문에 이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려고 시도하다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죠. 근데 만약 여기서 아예 우리가 길을 틀어버린다면?


여기엔 두가지 방법이 있을꺼고 가장 쉬운 길은 우리 역시 슈가대디를 영입하는 거겠죠. 그리고 맨시와 첼시같은 팀, 그리고 무링요같은 감독을 앉히면 손쉬운 일 일순 있겠네요. 그리고 두번째는 현재의 우리의 지갑 규모에서 철학을 바꿔버린다면 어떤 팀들이 가능할까요? 리버풀? 토트넘? 


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바라는 토트넘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그들은 많은 이적 자금 그리고 제한된 주급으로 소위 말하는 네임밸류 좀 있는 즉전감 선수들을 모아 왔고 올해 성적은 그러한 노력에 대한 보답 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요. 그런데 전 다르게 봐요. 토트넘의 성공은 물론 시의 적절하게 반데바르트,아데바요르,스콧파커, 프리델 같은 선수들을 영입한 것도 크지만 그 전에 우리의 방식을 제대로 밴치 마킹해서-토트넘의 예전 수석 스카우터였던 코몰리가 아스날의 전 스카우터였다라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성공의 뿌리를 만들었다라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 에코토. 산드로 같은 선수들은 우리의 방식을 흉내내서 영입되고 길러진 선수들이죠. 그리고 만약 위에 말한 선수들을 토트넘이 잃는다면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꺼라고 봐요. 우리는 이미 그러한 과정- 주급제한에서 오는 혹은 선수에 대한 야망에서 오는 선수의 이탈- 을 겪었고 토트넘 역시 이제 그러한 과정을 겪을 차례니까요.


 우리는 우리의 방식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해요. 우리는 우리를 흉내내고 싶어하는 팀들이 했던 성공을 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이루어왔고 많은 위기를 겪어옴에도 불구하고 해내온것들이니까요.  우리의 방식을 실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의 방식에서 위기를 불러온건 흔들어되는 미디어와 팬들에 흔들려 우리의 철학을 중간 중간 포기했기 때문이죠.


물론 앞의 예에서 보듯이 시기 적절한 즉전감의 영입 역시 결과와의 균형을 위해선 필요하다고 볼수도 있어요. 다만  앞에 논지에서 쭉 이야기 했듯 우리의 철학을 수정할 시간은 겨울이고 지속시켜나가야 했던건 여름이적 시장이었다라는것이에요. 즉 우리가 달라져야 하는 모습은 우리의 철학을 바꾸는게 아니라 우리가 여때까지 인내한 자산을 바탕으로 철학을 더욱 성공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게 좀 더 검증된 유망주를 영입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벵거가  지난 여름 비록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현재의 문제점을 수정한다면 '괴체' 혹은 '아자르'의 영입같은 것들이 제대로된 우리의 방식의 그리고 '변화된' 방식의 수용이라고 봐요.


그렇기에 지난 1-2년간의 임시변통, 그리고 철학에서의 현실적 균형에서의 실패가 더더욱 안타깝게 다가와요. 이런 것들이 현재 리스크로 쌓여버렸으니까요. 이번 시즌이 끝나고 만약 우리가 4위를 하지 못한데 대해서 문제를 지적한다면 결국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의 실패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온당히 물어야 마땅하겠지요. 다만 여기서도 우리가 이번 시즌을 통해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팬들이나 미디어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철학에 더 큰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일꺼에요.


그것이야말로 현재 우리의 위기- 전 우리 팀의 현실적 역량 샹 지금은 위기라고 보진 않아요-에 대한 올바른 지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