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전이 끝나고

매치 리뷰/League 13-14



어제 경기의 유일한 위안




-축구라는 스포츠를 오래보다보니 느낀거지만 때론 단순한 경기 결과로 설명할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해요.

아스날은 최소실점 1위팀이었고 어제의 경기 전까지 15경기에서 11실점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진다는건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일진 모르겠지만 누구도 아마 아스날이 6실점을 하고 지리라고는 예상을 못했을꺼에요.

어제의 경기 매치업이 아스날에게 웃어주지 않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것은 단지 맨시티라는 팀이 강하다라는 것보단 경기를 하기전부터 놓여진 상황들이 정상적인 상황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스날은 지난 2주동안 무려 5경기를 소화해야 했고-물론 다른 EPL팀 상위권팀들도 비슷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라는건 알아요.- 그 5연전 중에 마지막 3경기가 고작 일주일도 안된 시간사이에 벌어졌고 하필 죽음의조에 걸린 챔스 일정때문에 원정팀의 지옥이라는 남부 이탈리아 원정을 그것도 챔스일정의 뒷조에 걸린 목요일날 치루고 하루 먼저 경기를 치루고 주전들을 대거 쉬게한 맨시티를 원정에서 그것도 토요일날 오전 경기에서 맞딱뜨려야하는 정말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런 상황들은 이미 피할수 없던 상황이니 패배에 대한 핑계로는 온당치 못함을 알아요. 패배는 패배일뿐이니까요.


다만 전 패배 그 자체보다는 6:3이라는 스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을 뿐이에요.


어제 경기에서 아스날의 유일한 실수는 이른 선취실점이었다라고 생각해요. 비록 몬레알-윌셔쪽에서 수비적인 약점을 노출하고 삐걱거리기 시작했지만 첫 실점은 이들로부터 나온건 아니었어요. 하필 셋트피스-코너킥상황-상황에서 첫 실점을 당했다라는게 체력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아스날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 플랜들을 망쳐버렸다라고 생각해요.


즉 빠르게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조금 더 수비라인을 올려야 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이레귤러한 선발 출장을 해온 몬레알과 익숙치 않은 포지션에서 뛰는 윌셔가 만들어낸 턴오버는 체력적인 부담감을 가중시켜버린데다  핑퐁 게임처럼 전개된 공방전 양상에서 부심의 석연치 않은 옵사이드 판정 몇 개가 아예 아스날의 공격적인 흐름을 끊어버리게 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후반의 대 실점의 원인이 되었다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한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제 몫을 해준 램지, 그리고 클래스를 보여준 외질과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월콧의 합작품이 터지면서 1:1을 만든 상황은 아스날이 이러한 상황에서 팀웍과 의지를 보여준 순간들이었다라고 생각해요.


동점 이후 공방전 양상에서 앞에서도 밝힌 선심의 흐름을 끊는 몇번의 판정들, 거기에 더해서 지루의 몇번의 아쉬운 마무리들이 아스날의 공격 양상에서 유효타를 내지 못하였던 반면 맨시티는 체력적으로 불리해서 느슨한 압박과 수비 블럭 형성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아스날 진영에서 실바가 자유로워졌고 공격적으로 치중된 상황에서 제 포지션을 지키지 못하며 왼쪽 수비블럭 자체를 형성하지 못한 윌셔, 그리고 1:1 상황에서 뚫려버린 몬레알은 오버레핑 나온 사발레타에게 크로스를 허용하면서 두번째 실점을 하게 되죠.


전 이상황 에서 카솔라가 조금은 아쉬웠어요. 요즘 폼이 좋지않다곤 하나 그래도 수비적인 블럭 형성이나 1:1의 상황에서 템포를 늦추고 볼을 더 돌리는데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이 경기에서 못했다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저 개인적으론 윌셔랑 지루 둘 뿐이라고 생각이고 지루는 대체자가 없었지만 윌셔는 카솔라 자리에 기용된 셈이니까요-어쨌든 커다란 리스크를 가지고 운영할 수밖에 없던 아스날은 동점을 만드는데 실패한 체로 후반에 들어갔고 엎친데 덥친 격으로 코시엘니의 부상은 교체 카드 한장까지 날려버리고 결정적으로 승부를 갈라버린 3번째 실점과 연결되었다라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 3번째 실점은 베르마엘렌이 아닌 코시엘니였다라면 먹히지 않았을 실점이었을거라고 생각해요.-코시엘니가 강점인 인터셉터가 가능했던 상황인데 어정쩡한 베말렝의 포지션땜에 컷백을 허용해서 먹혔으니까요.-  물론 코시엘니가 있었다고 우리가 이길수 있었던 경기였다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적어도 다른 전술적 카드를 하나 더 빼 들수 있었고 그 상황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면 제가 예상하는 최종 스코어는 2:2나 3:3 정도의 무승부나 2:3정도의 패배정도로 스코어로 마무리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겐 아르테타 카드도 있었고 윌셔를 빼고 카솔라를 집어넣고 아르테타까지 집어넣을 수 있는 상황이 올수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전반전에 많은 체력소모를 했기에 동점 이상은 힘든 시나리오였다라곤 봐요.


어쨌든 아르테타보다 기동력이나 달려드는 상황에서 수비력이 좋은 플라미니의 선발 기용은 맨시티전 상대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플라미니의 빌드업 패스의 실패가 3번째 실점으로 이어진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긴 해요. 


결국 3:1로 한 골을 더 실점한 상황에서는 아스날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기대하기 힘들었고  플라미니를 빼고 공격자원을 넣자라는 단순한 도박에 기댄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어요. 뭐 이러한 상황에서 3:1로 패하느냐 6:3으로 패하느냐는 별로 큰 의미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봐요. 즉, 단순히 6골을 먹혔으니 아스날의 수비가 거품이 되고 골키퍼는 못했다라고 말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라는 거죠.


제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여기에 있어요. 아스날이 낼 수 있는 옵션이 제한된 상황에서 최초의 실점 상황이 아스날이 낼수 있는 플랜들을 망가뜨렸고 약간의 불운이-코시엘니의 부상과 선심의 판결같은 작은 것들이- 아스날이 경기를 그나마 균형을 맞출수 있던 상황들을 완전히 앗아가버린 상황, 즉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진 6:3이라는 대패라는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수비진들을 성토하거나 선수들의 한계를 지적하거나 하진 않았으면 한다는 거에요.


이번 경기에서 못했던 선수들은 분명 보였어요. 아쉬운 선수들도 있었구요. 다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라고 한다면 이 정도 패배를 할 스쿼드는 아니었다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오히려 월콧이 폼을 찾았다거나 램지의 꾸준한 좋은 모습 역시 위안이 되기에 충분했다라고 봐요. 어쨌든 제 생각은 이번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리그 테이블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굳이 비관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도 아니었다라고 생각해요. 



PS. 만약 리그가 단판 승부로 이뤄지거나 토너먼트였다라면 지루를 원톱으로 하는 팀이 우승한다는건 불가능하다라고 저는 말했을 꺼에요. 하지만 리그는 38경기를 치루고 약팀과의 경기가 오히려 더 중요한 장기레이스이기에 매지컬한 플레이어가 경기를 뒤집는 그러한 모습을 굳이 공격수가 보여줄 필요는 없다라고 봐요. 그러한 월드 클래스 선수가 있다라고 한다면 좋지만 없는 지금 상황에서도 우리팀은 우승할만한 역량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