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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는 알고있다-아스날의 전술편 (scrap)

전술, Statics



출처:
http://gravidroom.wordpress.com
아스날이 종종 패배의 순간을 경험할때 마다 벵거의 전술에 대한 비판을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시즌 아스날이 맨유와 첼시에게 패배할 때 친구가 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이상의 성적을 바란다면 벵거도 변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발언은 당분간 철회 안함. <아스날은 맨날 똑같은 짓만하니까 우리한테 깨지져 ‘ㅅ’ ㅗ >라는 말을 할 정도면,뭔가 문제가 있는거고 상황을 구성하는 요소가 달라지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져야지.

따라서 이글은 이런 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벵거가 아스날을 맡은 이후 전술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제가 축구를 보는 시각에 있어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아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건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아스날의 경기들을 심도있게 봐온 사람으로서 이러한 의견도 있다,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스날의 전술철학 


아스날의 전술에 대해 소개를 하려면 먼저 크라이프와 사키라는 인물이 등장해야 합니다. 이 두사람의 이론은 현재 대부분의 감독을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벵거도 마찬가지입니다.두 사람의 이론의 틀을 간략히 소개하면 선수간의 대형을 콤팩트하게 유지하면서 수비라인을 올리고, 높은 수준의 체력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기술적인 우위로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 것입니다.

사키는 압박을 통하여 볼을 빼앗고 보다 빠른 전개로 공격을 연결하는 속공에 초점이 있는 반면, 
크라이프는 볼의 간수를 통한 점유율을 극대화하며 지공을 통한 공격방법을 선호하는데, 그러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두사람의 전술 철학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벵거는 초기 집권부터 공격과정에 있어서는 빠른 속공에 초점을 맞추는 사키의 이론에 충실해 왔습니다. 따라서 벵거의 축구 철학의 핵심은 공간의 활용하는 팀 무브먼트와 속도와 운동량에 있으며,특히 빠른 공수전환과 상대진영에서의 패스와 무브를 통한 패너트레이션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집니다.

이러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선수 구성원 하나하나가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해야 하며, 또한 압박을 위한 높은 수준의 체력과 동시에 높은 전술적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술을 구사할수 있는 팀은 이러한 선수 구성원을 갖춘 팀에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술적 열세에 있는 팀이라도 압도적인 체력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압박전술이 가능하지만, 한해 50~60경기를 치루어야 하는 장기레이스에는 이 전술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공격지향적 전술이 유효한 까닭은 기본적으로 찬스를 만들어 내는 효율에 있습니다. 위의 철학아래 팀의 전술이 올바르게 기능한다면 찬스의 숫자가 증가하게 되고, 설사 몇 번의 역습을 허용한다 할지라도 찬스 횟수의 우위를 가져갈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공격 전술은 보는이로 하여금 축구를 보는 즐거움을 제공할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축구를 보는 즐거움에 대한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높은 수준의 수비조직력을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러나 확실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격축구를 보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공격축구의 유려한 패스와 조직적인 움직임은 선수들의 창조성이 구현되기 좋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창조성이야말로 축구를 보는 궁극적인 즐거움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술의 약점은 수준 높은 역습능력과 집중력을 가진 팀에게는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아스날과 같은 공격일변도 전술에 대응하는 무링요가 고안해 낸 역습전술의 패턴은, 수준높은 역습의 완성도와 집중력으로 공격축구의 찬스를 만들어내는 효율을 무력화합니다. 특히 아스날의 경우 수비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속공의 형태를 가져갈 경우 뒷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고, 빠른 공수전환을 가져갔던 만큼 전환과정에서의 실수는 그 만큼 치명적일수 있기 때문에, 아스날은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기 위한 방안으로 빠르고 1:1수비가 강한 선수들을 후방해 배치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스날은 종종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요한 경기에서 고베를 마셔 왔고, 이렇게 약점이 드러나 경기를 패배할때마다 전술적인 유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벵거는 최근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하는 융통성을 발휘해왔고, 동시에 벵거가 공격적인 전술의 일관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part 1. 벵거의 아스날 집권부터 무패우승까지


벵거가 집권할 당시 아스날은 철의 포백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축구로 명성을 떨쳤으나, 당시 아스날은 점수를 짜내고 짜내 지루하게 승리를 챙긴다고 하여, 언론과 타팀팬들에게 boring, boring, Arsenal 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벵거는 빠르게 팀을 변혁시키기보다는 하나하나 착실히 그리고 확실하게 팀을 변화시켰고, 이 수비적인 팀을 자신의 철학 아래 공격적인 팀으로 탈 바꿈시켰는데, 당시 센터백인 아담스나 불드가 전진하는 광경은 서포터들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벵거가 철의 포백이라는 기반을 가진 팀을 맡게 된것은 행운이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공격을 선호하는 감독이라 할지라도 팀을 맡고 처음으로 잡아야 할것은 수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벵거는 수비에 일가견 있는 철의 포백이 있었기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전술적인 마인드 변화를 통해 자신의 공격적 철학을 쉽게 팀에 불어 넣을수 있었습니다. 벵거는 이렇게 롱볼위주의 잉글리쉬 축구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이래,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양강을 구축하며 전대미문의 무패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승장구 하던 모습과는 달리 아스날은 유독 유럽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유럽무대에서의 부진에 관하여 당시에는 꽤나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는데, 지나치게 공격일변도라던가, 자신감 부족, 혹은 토너먼트에 대처하는 경험부족이라는 비판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무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아스날이 득점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시의 경기들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부터 쓰여질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당시 아스날의 페너트레이션은 상대진영을 강하게 압박하고, 볼을 탈취하여 속공하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공격의 패턴은 상대의 실수를 공략하는 공격패턴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경기템포는 상대팀의 실수유발의 횟수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었고, 강한 피지컬과 스피드로 중무장한 아스날 선수들은 이 역습패턴으로 다이나믹한 골을 양산해 왔습니다. 그런데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토너먼트대회에서 보통의 팀들은, 이러한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이렇게 템포를 최대한 늦추면서 수비라인을 후퇴하는 형태의 수비를 공략하는 방법은, 상대의 실수를 틈타는 공격패턴이 아니라 상대의 수비전술의 약점을 공략하는 창조성이 필요하지만, 당시 아스날의 선수들은 스피드와 피지컬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창조성 방면에 일가견이 있는 베르캄프는 개인적 사유로 유럽무대를 뛸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챔피언스리그에서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 상대의 높은 수비 조직력을 맞닥트리면, 아스날 선수들은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며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고, 또한 챔피언스리그 레벨의 팀들은 완성도 높은 역습기술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최상급의 테크닉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했다고 자부했던 아스날이, 테크닉과 패스중심의 스페인리그 팀들에게 유독 약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part 2.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4-4-2의 정점까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던 벵거는 팀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게 됩니다. 이것은 비에이라의 방출과 파브레가스의 등장이 그 기점이라 할수 있는데, 벵거는 비에이라를 이적시키며 꾀한 당시의 변혁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한 선수에게 들인 모든 노력을 파괴하는 위험을 무릅썼다.” 무패우승의 팀이 피지컬적으로 강인한 동시에 스피디하고 다이나믹한 요소가 있었다면, 후자의 팀은 위의 장점들이 희미해진 대신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컬러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거시적으로 보면 팀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은 같다고 할수 있으나, 상대의 실수를 공략하는 패턴보다는 점유와 지공을 통한 패턴을 강화한 것이고, 이러한 공격패턴을 강화했다는 것은 득점기회창출에 있어 상대적 능동성을 가지게 된것입니다. 이것은 높은 수비밸런스와 역승능력을 자랑하는 챔피언스리그 팀들을 상대하기 위한 변화의 시도이고, 스타일의 변화에 발 맞추어 벵거는 챔피언스리그를 대처하는 자세에도 변화를 주게 됩니다.

수비라인을 올리고 공격일변도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상황에 맞는 전략의 변화가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 아스날은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의 과정을 보면 벵거는 프리미어리그와는 다른 전형과 템포로서 다소 수비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투톱이 아닌 원톱 뒤에서 스피드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라인을 내린 상태에서 역습을 시도하는 패턴이었는데, 이는 경험이 일천한 급조된 포백을 구성하고도 챔피언스리그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뿐만 아니라 특히 팽팽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에서는 벵거는 이러한 전술의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특히 피지컬이 좋은 디아비나 벤트너를 측면에 두거나, 활동량이 좋은 에부에 같은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팀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한 벵거는 원정에서는 실점을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홈에서 승부를 내는 전략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경기의 양상이 홈팀의 리그 특성에 따르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인데, 원정에서는 안정적 경기운영을 통해 상대팀이 가지는 강점을 상쇄하여 변수를 통제하면서, 반면에 홈 경기에서 아스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2차전이 홈경기여 하는 조건이 있지만 벵거는 기본적으로 토너먼트에서 이러한 컨셉을 가지고 있고, 특히 1차전에서는 최대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한 뒤, 2차전에 팀 스피릿을 극대화 하는 것은 벵거의 기본전략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본전략 위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상황상황에 대처함을 물론입니다.

스타일의 변화가 정점에 다다른 시기는 이전 스타일의 상징이었던 앙리가 떠난 직후 였습니다. 특히 윙백의 오버래핑을 통한 숫적 우위를 확보하면서 중앙지향적 드리블러들이 변수를 창출하는 공간 연계플레이는 당시 높은 전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간 아스날이 보여준 모습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유럽 최고수준의 경기력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밀란과의 챔피언리스그 경기는 전술이 완성단계에 다다랐음을 증명한 매우 멋진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시즌 후반기 아스날은 부상과 체력 저하가 겹치면서 결과를 내는데는 실패합니다. 또한 부상과 체력저하로 나타나는 이러한 약점은 이후 꾸준히 아스날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part 3. 4-4-2에서 4-3-3 으로.


완성단계에 다다른 것 처럼 보였던 팀은 몇몇 선수가 이탈하면서 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플라미니와 흘렙이 떠났고, 로시츠키는 장기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며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측면에 자리잡은 나스리와 왈콧은 윙백과의 연계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특히 두 선수는 수비 공헌도의 측면에서 포지셔닝과 수비기술이 전임자들에 미치지 못했으며, 윙백들이 오버래핑으로 생기는 뒷 공간을 특유의 활동량으로 매워온 플라미니의 공백은, 윙백들의 수비부담을 가중시키며 측면 공간 연계 플레이의 실종으로 이어집니다. 핵심 플레이어를 잃은 당시의 아스날은 특유의 아름다운 경기력마저 잃어버린 최악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벵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샤빈이라는 드리블러를 스쿼드에 추가하면서, 4-4-2가 아닌 4-3-3 형태의 전술로의 변화를 시도하는데 이 전술의 리듬을 찾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4-4-2의 신봉자로 여겨지던 벵거가 4-3-3 으로 전환하려는 눈에 보이는 첫 번째 이유는, 당시 드러난 약점을 기존 선수들의 기량향상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연계와 수비에 문제를 드러내던 기존의 선수들에게, 그러한 역할에서 해방된 보다 포워드적인 역할을 맡김으로서, 왈콧이나 아르샤빈에게 드리블을 통한 변수 창출에 주력하는 환경을 만들어 그들의 장점을 부각시키려 한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스날의 윙백들은 4-3-3에서 수비적인 부담을 가지며 경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이와 동시에 역할 세분화에 따라 왈콧이나 송과 같은, 미완의 대기였던 유망주들의 전술 적응력을 높여줄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4-3-3으로 변화하며 연계 플레이가 측면에서, 중원에서 이동한것은 지공의 패턴을 늘리겠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볼을 지켜내고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나스리가 중앙으로 이동하려는 실험도 그의 드리블이, 변수창출이 보다 볼을 지켜내는데 보다 능하기 때문입니다. 연계가 중요한 것은 반 페르시가 맡고 있는 원톱 자리에 위치하는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지난시즌 아스날의 문제는 반 페르시 부재시 이러한 연계가 매끄럽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반대로 측면에서는 적극적인 1:1을 시도하며 변수를 꾀하는 것이 주 공격패턴으로 자리 잡습니다. 나스리와 마찬가지로 중앙을 선호하는 로시츠키가 계속 측면에 활용되는것도 그가 변수를 만들어내는 타입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4-3-3은 사냐와 클리쉬 두 윙백에게 수비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벵거는 종종 한쪽 측면에 수비에 도움이 되는 자원을 포진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4-3-3으로의 전환은 중원은 연계에 의한 점유, 측면은 변수창출이라는 역할의 세분화하는 변화가 있었고, 이는 곧 빠른 공수전환과정에서의 실수를 연계를 통한 점유로 상쇄하고자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또한 4-3-3으로의 변경의 궁극적 이유는 현 스쿼드에서 가장 이상적인 최후의 전술을 찾기 위함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벵거는 공공연히 팀내 넘버원 유망주 윌셔가 베르캄프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것이라 이야기해 왔습니다. 창의적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을 가진 윌셔에게 4-4-2에서는 줄 역할이 애매한 부분이 있었고, 아마도 변경된 시스템에서 파브레가스가 뛰고 있는 위치를, 장기적으로 윌셔가 물려 받는것이 이 전술의 최종목표일 것입니다. 아스날은 파브레가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오랜 세월을 사용해온 시스템을 변경하는 도박을 감행했고, 따라서 아스날의 지난시즌은 그러한 최후의 전술을 찾아내는 과도기적인 과정이었다 할수 있습니다. 특히 아스날은 지난시즌 세명의 중앙 미드필더의 대형에도 많은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처음 4-3-3으로 전환했던 경기의 대형은 현재의 바르셀로나의 대형과 흡사했고 당시에는, 나스리와 파브레가스가 전진하고 송이 보좌하는 형태로 전술이 귀결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즌 초 나스리가 부상을 당하면서 나스리의 자리에서 디아비가 중용되기 시작했고, 디아비는 처음에는 나스리와 비슷한 롤을 부여 받았지만, 차츰 그를 통해 밸런스를 잡아 가는 과정을 거치기 시작합니다. 지난 전반기 토튼햄전에서 벵거가 벤치를 향해 자켓을 집어 던진 일화가 있는데,3:0으로 앞서고 있었던 후반에 냉정한 벵거가 과격한 제스쳐 취했기 때문에,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하면서도 저는 그 이유를 전혀 추측할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바에 따르면 벵거는 디아비에게 내려와서 송과 동일선상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의사소통의 문제였는지 디아비가 계속 전진을 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화가 났었다 하였고, 또한 당시 점수차를 벌리는 것보다 클린싯을 기록하는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스날의 미드필더 대형은 토튼햄 후반처럼 디아비와 송이 동일선상에 있는 전형으로 굳어집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돌이켜보면 흥미롭게도 유로와 월드컵을 연속 제패한 스페인 대표팀의 변화 과정과 흡사한 면을 보여줍니다. 첫 테스트 대형은 유로 2008에서 스페인이 비야의 부상이후 세스크를 활용한 방식에 있어 방향성이 같았고, 또한 송과 세나와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공통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나의 노쇠화가 진행되면서 델 보스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였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은 여전히 자신들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 공격축구로 불리기는 했지만, 부스케스와 알론소를 통해 너무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했고 그 결과 득점력이 줄어들었습니다. 델 보스케는 토너먼트 대회가 가지는 특성을 감안하여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변화를 준것이고, 이러한 융통성을 발휘한것은 다득점으로 상대를 연파한 독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스페인이 특히 부스케스를 중용한것은 벵거가 디아비를 중용한것과 그 의도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 대표팀이 우승을 이루어냈다는 것은 아스날에게도 의미를 가질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part 4. 나아가야 할 길

최근 강팀과의 경기에서 나온 패배를 단순히 전술적인 경직성이라 평하는 것은 일차원적인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경기의 승리와 패배에 있어 전술의 철학은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으며, 경기의 흐름, 선수들의 정신자세, 행운과 같은 요소가 복합적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요소가 종합되어 한 경기의 전술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이고 그 완성도의 차이가 승부를 가릅니다. 또한 종종 점유와 공격지향적 전술을 펼치는 팀들을 비판하는 실리축구의 대명사인 무링요조차, 약세에 있는 상대팀이 높은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는 경기에서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무링요가 가지고 있는 역습득점 패턴 역시 상대의 실수를 공략하는 방법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아스날의 본질적인 문제는 부상으로 인한, 스쿼드의 질적하락에 따른 전술완성도 하락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최근의 패배들은 다소 불운한 측면이 있었고, 특히 부상은 어느정도 운이 작용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물론 종종 발생하게 되는 그러한 불운을 딛고 승리하는 것이 팀으로서의 진정한 힘입니다.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상황상황을 대처하는 그 경험이 아스날의 어린선수들은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팀은 아직 완성단계에 다다른 팀이 아니며 여전히 성장하며 전진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지난시즌 스쿼드가 드러낸 약점-경험, 부상, 수비밸런스-을 개선해 나가면서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아스날이 지금까지 가졌던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저는 지금의 아스날이 나아갈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 전술적 완성이 언제가 될런지, 또 이번시즌 아스날이 어떤 전형을 들고 나올지 저는 알수 없습니다. 그러나 벵거는 일관된 전술적 방향성 위에 팀의 세부적인 전략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진화해 왔고, 이는 벵거가 떠난 이후에도 아스날이라는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벵거는 또한 이러한 철학의 바탕 속에서 선수들에게 세세한 전술지시는 하지 않는 감독으로도 유명합니다. 격변하는 경기 흐름에 맞춰 선수들 스스로가 판단하여 상황을 개선해 나가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완성형 팀에 다다른 현재의 바르셀로나가, 순간순간 어떠한 임기응변을 보이며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지 볼수 있습니다. 또한 무패우승 시절의 아스날,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들은 전술이 올바르게 기능을 할수만 있다면, 높은 수비밸런스를 자랑하는 팀에게도 찬스의 효율에서 우위를 통해 결과를 낼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가 아스날을 비롯한 위의 팀들의 전술 철학을 제가 지지하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이 방향성은 앞으로의 벵거뿐 아니라 그의 뒤를 이을, 아스날의 감독들도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 저는 믿습니다.

나의 꿈은 타이틀을 모으는것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축구가 그라운드 안에서 5 분만이라도 지속되는 것을 보는것이다. ㅡ Aresene Wenger

벵거의 이러한 발언은 종종 그가 승리의 가치를 폄하하는 로맨티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벵거의 완벽한 축구란, 승리를 향한 목표의식을 가진 팀원 하나하나가 팀으로 플레이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축구의 철학 아래 완벽한 조직적 밸런스를 가져가면서,  팀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능동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클럽에 있어 어떠한 정신과도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아니 이미 아스날의 축구가 축구계에 가지는 의미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벵거는 이렇게 자신의 철학을 새롭지 않으면서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선명히 해왔고, 이 아름다운 공격축구라는 철학 아래 자신과 선수들이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길 원하는 것입니다.

물론 벵거가 추구하는 완벽함을 모든 경기에서 가져가는 것은, 또 스포츠의 세계에서 언제나 승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으로서 가장 중요한것은 후회를 남기지 않을수 있는 경기를 지속하는 것이고 또한 승리 한다는것 그 이상으로 중요한것이 승리를 향해 달려나가는 그 과정의 깊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언제나 이기기만 할수는 없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우리가 관할 할수 있는 영역은 그것뿐이기 때문입니다. 벵거는 이렇게 하나의 팀으로서 불가능한 완벽함을 추구하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히며 합리적으로 팀을 이끌어 왔고, 그 과정을 바라보며 팀의 고뇌와 열정을 함께 느끼며 제 삶의 깊이를 다질수 있었던 것은,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질수 있었던 소중한 행운이자 행복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아스날의 정신으로 머지않아 영광의 순간을 맞이 할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