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전술, Statics





아스날이 리버풀에 대패를 했었죠.

그리고 기자 회견에서 벵거 감독은 이 일을 'Accident'라고 비유했습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스날과 리버풀의 경기가 있기 전 대부분의 통계가 아스날을 향해 웃어줬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보면 아스날이 리버풀에게 대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스날은 EPL 팀들중에서 주전 선수들의 출장 타임이 가장 긴 팀이다.

아스날의 3선은 램지의 복귀가 늦어짐과 동시에 플라미니가 출장 정지를 당함으로써 아르테타에 부담감이 가중된 상태였다.

반면 리버풀은 FA컵 말곤 병행하는 대외컵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박싱데이 이후 체력을 잘 보전했다.

아스날은 체력을 보전하기 위해서 초반엔 수비라인을 내린 체 지공 위주로 풀어나가면서 천천히 득점을 노리는 전략을 원정 경기에서 항상 사용해 왔다.

MOTD의 분석은 맞는 분석이긴 하지만 맞는 말을 한 것에 불과한 분석이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스날의 패배 원인을 압박으로 봤지만 사실상 아스날의 압박 라인은 이기는 경기던 지는 경기던 언제나 내려와 있었다는 겁니다. 즉 아스날이 압박을 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압박 전술을 못 써서가 아니라 위에도 언급했듯 한 시즌의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안 썼다라는 것이 더 합당한 표현이고 압박이 안됐다가 이 게임의 결과가 아니라는 거죠.

이 게임의 가장 큰 패배 원인은 빠른 셋트 피스 실점이었고 이런 양상의 경기에서 아스날은 늘 고전을 했습니다.-대표적인 경기가 맨유 경기와 맨시티 경기였습니다.


즉 아스날의 수비 집중력이 다시 한번 발목을 잡은 경기였기에 이 경기의 결과는 겨울 이적시장의 보강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봐야합니다. 특히나 셋트피스로 두 골을 먼저 실점했다는 결과물은 벵거 입장에서 '사고'가 맞긴 하죠. 그전까지 아스날의 수비진은 최다 실점을 달리고 있었고 지금 이러한 원정 전략의 토대가 수비력을 믿고 만들어온 것이니까요.



이 글은 한 20일전에 하이버리에 제가 쓴 글의 일부를 가져온 것인데 현재 아스날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글입니다. 대충 간단히 현재의 아스날은 지공 위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고 이로 인해 수혜를 입는 선수들이 각각 지루,아르테타,메르테자커라고 쓴 글이죠.


그리고 이 부분의 단점이 확연히 드러난 경기가 리버풀전이었구요.


예전에 아스날 팬 커뮤니티내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거의 진실처럼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오픈 게임 최강자 아스날"

이 말은 제 생각에 한 2년전 정도까지 유효했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메르테자커,아르테타가 온 이후로 아스날은 더 이상 오픈 게임에서 최강자가 될 수 없는 팀이 됐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메르테자커나 아르테타가 라인을 올린 오픈 게임에서 아예 못하는 선수들이냐라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런건 아닙니다. 메르테자커는 브레멘 시절부터 라인이 올라간 경기에서도 곧잘 잘해왔었고 아르테타 역시 이전 홀딩을 맡았던 '송'보다는 기동성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메르테자커는 여전히 EPL의 빠른 템포와 빠른 공격수들을 오픈 게임으로 상대하기엔 선천적인 한계가 있는 선수이고 아르테타는 2년동안 지속적으로 신체적인 하락이 있어 왔다라는 점입니다.


작년 시즌의 수비조합은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시즌 코시엘니의 부상으로 인해서 메르테자커-베말렝 조합이 개막전부터 계속 이어졌고 이후 코시엘니가 폼이 돌아오자 첼시전 원정(2012년 9월 29일 6라운드) 에서 벵거가 택한 센터백 조합은 베말렝-코시엘니였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코시엘니가 클리어링 실수를 하면서 패배하게 되죠. 그러자 다시 할수없이 벵거는 메르테자커-베말렝 조합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베말렝은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10라운드인 맨유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패배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벵거는 메르테자커-코시엘니의 센터백 조합을 꺼내들게 됩니다. 그리고 15라운드 코시엘니의 부상으로 오랜만에 베말렝이 선발 출장했지만 다시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후 19라운드까지 계속 메르테자커-베말렝 조합이 가동되는데 재미있는건 20라운드입니다. 이때 소튼 원정에서 벵거가 꺼내든 조합은 베말렝-코시엘니였습니다. 그리고 21라운드인 맨시 홈경기에서도 이 조합은 가동됩니다. 그러나 이때 코시엘니의 최악의 실수,퇴장으로 패배하였고 벵거는 또 다시 메르테자커-베말렝 조합을 꺼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 조합은 24라운드 리버풀전까지 이어지지만 리버풀전에서 베말렝은 박스안에서만 무려 두개의 클리어링 미스를 보여주게 되죠. 결국 또 다시 참참못한 벵거는 25라운드에 메르테자커-코시엘니 조합으로 돌아옵니다.

당시 25라운드의 승점상황 4위인 토트넘과는 승점 4점차로 6위를 달리던 암울한 상황.


26라운드는 여러 의미에서 의미 심장합니다. 벵거는 몇가지 전술적 결단을 내렸는데 첫번째가 아르테타-램지 2보란치 전술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거고 두번째가 샤나의 센터백 실험입니다. 당시 샤나의 폼이 좋지 않았기에 내려진 결정이기도 하지만 메르테자커와 파트너인 선수들의 잦은 실수 역시 감안된 조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27라운드에서 벵거는 여전히 메르테사커-베말렝 조합을 선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 경기인 28라운드 토트넘전에 여전히 똑같은 조합을 내보였고 당시 이 조합이 아스날의 베스트 조합이었습니다. 토트넘전은 그야 말로 승점 6점이 걸린 중요한 경기였지만 아스날은 패하고 맙니다.



당시의 선발 라인업 입니다. 폼이 좋지 않은 샤나 대신 젠킨슨이 들어간 것 말고는 당시의 베스트 멤버였습니다. 특히 아르테타-램지 라인이 가동되고도 패했는데 이 경기가 바로 아스날이 오픈 경기를 해서 이길수가 없음을 보여준 단적인 경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르테타는 오픈 경기 양상을 제어하는데 실패했고 특히 윌셔가 뛰는 경기에서 선제점을 먹으면 이런 형태의 경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윌셔의 스탯-44/58,76%의 패스성공율,2/2의태클,1/1의헤딩.1인터셉터,7/9의Take Ons,2/2의코너,1/3의 크로스

결국 오픈게임양상을 만든건 선제골이었지만 그것을 주도해나간건 윌셔였습니다. 무려 9번의 드리블돌파가 있었고 패스성공율은 평소때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결국 이런 부분에서 턴오버가 겹친데다 양쪽 윙백이 역습에 털리면서 수비 부담을 가중시켰어요.


-작년 리뷰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위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번 리버풀전과 거의 오버랩 되지 않나요? 



리버풀전에서의 윌셔의 스탯입니다.

63/72,88%의 패스 성공율,0/2의 태클,0/1의 공중볼,1인터셉터,2/2의 클리어,7/14의 Take Ons를 기록했습니다.

무려 14번의 드리블 돌파가 있었고 절반인 7번을 성공시켰습니다. 저 7번의 성공때문에 윌셔가 공격적으로 잘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머지 7번의 실패가 아스날의 수비 부담을 가중시켰다라고 저는 봅니다. 특히 3선에서 뛰는 선수가 저러면 안되죠. :(

물론 패배의 원흉은 이른 셋트 피스 실수를 범한 수비진에 있겠고 그 뒤를 외질의 실수와 아르테타가 뒤 따르겠지만 저는 어짜피 이런 경기에서 이길수가 없다라고 보는게 윌셔의 존재라고 봅니다.



각설하고 다시 돌아와 다시 작년의 이야기를 이어가면 벵거는 저 28라운드 이후 확실한 결심을 굳히게 됩니다. 10라운드가 남아 있었고 전술적 결단을 내립니다. 지공 위주의 게임으로 바꾸고 수비라인을 내렸고 메르테자커-코시엘니 조합이 이때부터 쭉 가동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맞추어서 로사의 폼이 올라왔고 30라운드부터 주전 공미로 로시츠키를 기용하면서 지공 형태의 경기에서 균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여전히 윌셔를 버린건 아니었지만 이때부터 윌셔는 점점 어정쩡해져갔고 다시 선발로 복귀한 32라운드,33라운드 연달아 최악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전에서 밀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38라운드까지 로시츠키가 선발로 뛰게 되고 아스날은 가까스로 챔스 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종합해보면 작년 10라운드를 남기고 아스날은 28라운드 토트넘 전에 패함으로써 거의 챔스가 물 건너 간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10라운드를 남긴 상황에서 승점 7점 차는 불가능한 점수차로 보였었죠. 물론 당시에 첼시의 경기 일정이 좋지 않았고 4위인 첼시와는 5 점차에 불과했기 때문에 희망은 품고 있었습니다만 이때 상황에서 아스날이 토트넘을 꺾고 챔스에 진출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후 10라운드에서 아스날은 8승 2무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저 2무가 에버튼,맨유같은 강팀들이었기에 아스날의 저 성적은 좋은 후반기 일정을 어느 정도 본 게 사실이고 이것이 저 스쿼드의 한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외질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스날은 극복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는 두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1. 램지의 부재와 월콧의 장기 부상

외질은 아스날의 지난 시즌 계속된 약점이었던 파이날 패스의 정확성을 올려주는 완벽한 퍼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에는 이 파이날 패스를 넣어줄때 공간으로 뛰어들 선수가 필요하고 결국 오프더 볼 상황에서 강점을 보여주는 선수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 아스날은 오프더볼 상황에서 가장 강점을 보이는 두 명의 선수가 빠진 상태이죠. 뭐 이 얘기는 아스날 팬 커뮤니티에서도 수 차례 이야기 된 내용이기도 하니 뭐 더 이상 할 필요도 없습니다만...


2.아르테타와 메르테자커의 한계


물론 여기에 지루까지 포함해야 합니다만... 지루 이야기야 늘 나오는 이야기 일테고 여기선 아르테타와 메르테자커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르테타는 지난 2년간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르테타는 지난 시즌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늘 똑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프레싱이 강하고 빠른 팀에 고전한다. 즉 대부분의 강팀 경기에서 아르테타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특히나 선취점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오픈 게임 양상이 되면 아르테타는 그야말로 필요없는 존재가 되곤 합니다. 이것은 아르테타가 아스날로 왔을때부터 늘 발생하던 문제였기에 새삼스럽게 이 문제를 지적할 필요는 없다라고 저는 봅니다. 즉 아르테타는 챔스권 팀에 어울리는 선수이긴 하지만 아스날이 정말 리그 컨텐터가 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대체해야 할 선수라고 저는 예전부터 생각해왔습니다. 다만 저는 올해 목표를 외질이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권 경쟁이 되는 우승팀과 승점 10점 안으로 격차를 좁히는것이었다라고 봤기에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편이고 그렇다면 3선의 영입은 이번 여름 정도로 미루거나 유망주를 키워도 충분하다라는 쪽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완성된 3선보다는 조르징요같은 선수들의 링크가 반가웠습니다만 이뤄지진 않았었죠. 결국 내년 시즌을 우승 목표로 잡는다고 한다면 아마 아스날이 가장 먼저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 공격수와 3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이 두 포지션 모두 유망주보다는 완성형 선수에 집중해야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우승보다는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리고 아르센 벵거가 후임자에게 어떤 팀을 물려주느냐 역시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월드클래스에 근접할 수 있는 유망주들을 좀 더 선호합니다. 저는 그래서 드락슬러와 카르발료가 영입 리스트에서 가장 원하는 선수들입니다. 물론 둘 다 더럽게 비싼 가격이기에 완성형 선수를 사는 것에 비해 커다란 메리트가 있는진 의문이긴 하네요. -ㅁ-;;


메르테자커의 경우엔 아르테타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의부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발빠른 파트너가 있고 지능적으로 뛰어난 수비를 펼치더라도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들은 있게 마련이고 그런 상황이 한 시즌에 몇 경기씩 있다 라는건 우승팀으로 가는 데에는 상당한 장애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완성형 수비수라 불릴만한 선수들은 거의 없는 데다 메르테자커보다 나은 수비수를 찾는 건 더 더욱 힘들다라는게 딜레마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작년에 벵거가 훔멜스나 라모스를 노려왔던 걸로 아는데 지금 그 둘의 폼을 보자면 메르테자커보다 낫다라고 보기엔 좀 애매한 상황입니다. 물론 조금 더 라인을 올리고 보다 아스날스런 경기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기는 경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딱히 더 나아질 꺼 같지도 않거든요. 결국 그래서 3번째 센터백이 중요하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베말렝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나갈께 확실한 상황에서 메르테자커보다 빠르면서 라인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어린 유망주 수비수가 타켓이 되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게 제 생각이기도 하고 뭐 링크를 보면 대충 그런 식의 링크가 나는걸로 보입니다. 사실 U-21 경기를 보거나 그 아래 레벨의 선수들의 경기들을 가끔 볼때가 있긴 한데 아스날의 수비 조직력이나 수비수들의 능력은 정말 경기 볼 줄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답이 없을 정도로 아스날이 수비수를 키워 내는 데는 별 다른 재능이 없어 보이기에 유스에서 올라오리라는 기대는 버리는게 좋아보입니다. =ㅁ=;


끝으로 아스날은 8경기 무패를 달리다 1패를 했을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누굴 사왔더라고 해도 그렇기에 리버풀 경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크게 없다고 저는 봅니다. 수비진의 실수로 2골이 먹혔고 이 상태에서 벵거가 짜온 플랜이 완전히 어그라지면서 급격하게 망가진 그야말로 '재앙'같은 경기였으니까요. 사람들이 벵거를 보고 늘 똑같은 전술을 짜온다고 하지만 아스날의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그 말은 말도 안되는 사실이다라는 것을 아실 껍니다. 벵거는 주로 선수진의 결과물을 보고 늘 수정을 하는데 5:1 패배는 커다란 충격이기에 아마 맨유전에서는 또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현재의 아스날은 두가지 전제 조건이 있을때만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친다는 약점이 있고-지공형태의 경기와 선취점을 먹지 않은 경기- 이를 현재의 선수진으로는 이런 예외 상황을 극복하기가 정말 어렵다라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저는 갑자기 변화를 준다고 해서 고쳐지는 문제도 아니거니와 선수 한명을 사와서 해결될 문제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약점은 그저 현재의 약점대로 인식하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경기 양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런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죠. 오늘 첼시가 드랍을 했고 맨시티 역시 바로 전 라운드에서 드랍을 했습니다. 그 두팀도 역시나 약점이 있는 팀들이고 결국 우승 향방은 누가 자신들의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고 자신들의 경기를 펼치는데 있다라고 저는 봅니다. 저는 여전히 아스날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긴 하지만 상대 팀들 역시 실수를 하는 팀들이기에 맨유전에서 멋지게 바운스백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