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벵거의 전설-Scrap

칼럼 번역,Scrap


출처: http://www.runofplay.com/2011/10/28/the-legend-of-arsene-wenger/
2차출처 및 번역: 하이버리 자게 Ezra Koenig님

Arsene knows?

아르센 벵거의 커리어가 중국 쿵푸 영화라면, 우리는 아르센의 밥에 독을 탄 악당을 찾는 장면까지 와있을 것이다. 모든 이의 의심은 미디어, 심판, 충성심 없는 선수들, 로이 킨, 샘 앨러다이스, 그리고 비싼 정장을 입고 돈을 뿌리고 다니는 갑부들과 같은 일반적인 용의자들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반전이 있다면 그것은 아르센이 자기 자신의 밥에 독을 탓다는 것이다.

생각 할 것도 없이 아르센 벵거의 축구 철학은 전설로 기억되어 수많은 동상들과 기념품점들로 이어질 것이다. 축구계에서 벵거의 존재감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바르셀로나주의처럼 세계적인 '-주의'들과 같이 완성된 철학을 가진 축구감독들이 얼마나 적은 지 인식한 후에야 진심으로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벵거주의'에도 다른 '-주의'들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이 있다. 어떤 대단한 누군가가 예전에 이야기 했듯이, "변화하는 강산은 철학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6년에 '벵거주의'는 세계 - 여기서 '세계'란 영국을 말한다 - 를 놀라게 했다. 그전까지도 아르센은 많은 업적을 이룩한 감독이었지만, 아스날에서 성공하며 클럽과 영국 축구 전체를 변형시키기 전까지는 그의 업적이 세계적인 스케일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인정받지 못하거나 신뢰받지 못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을 영입해 쓰면서 벵거의 철학은 시작되었다. 영국의 전통적인 훈련 방식에 일본에서 배워온 변형된 훈련법을 적용시키고,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면서 벵거는 절실하게 현대화를 필요로 했던 영국 축구 리그를 변형시킨다.

'벵거주의'는 금방 눈을 사로잡았다. 움직임, 속도, 화려한 테크닉, 다양한 국적, 그리고 건강한 선수생활에 대한 고집이 모두 모여서 아르센의 아야화스카 (세계에 대한 당신의 관점을 바꿔준다는 아마존 지역의 환각제) 가 되었다. 수년간 영국은 이 마약에 취한 듯한 얼어붙은 상태로 벵거를 바라보았다. 축구계는 이 마약을 들이마셨고, 또 들이마셨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러번 씩이나.

전통적인 영국 선수들, 랜덤해 보이는 외국 선수들, 그리고 비행을 무서워하는 슈퍼히어로 네덜란드인을 포함한 벵거의 새로운 제자들을 능가할 팀은 없었다. 트로피들은 순식간에 쌓여갔고, 사람들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 하이버리 경기장 바깥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곧바로 벵거는 영국 축구의 '철학왕'이 되었다. 이 고풍스러운 프랑스인은 정장을 입고 경기장 사이드라인에 서서 세계인들에게 "너희들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영국 축구는 끝났다"고 이야기해주는 '교수님'이었다. 끝.

이 '벵거주의'에 사로잡힌건 약에 취한 팬들과 미디어 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선구자들이 그렇듯이 아르센 자신도 자신의 철학 속에 갇히게 되었다.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어떠한 철학도, 그 철학이 아무리 변형될 수 있을지어도, 영원할 수는 없다.

여태까지 역사를 고려해 보았을 때, 개인이 사회 전체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철학을 개발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이런 카리스마있는 인물들은 전성기에 오르고, 이후엔 그들의 영광스러운 과거와 그 과거를 있게 한 비결이 다시 한번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조금만 있으면 다시 통하겠지?" 이것이 성공의 독이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이것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철학에 대한 아르센의 지나친 집착이 바로 그 자신의 최후를 가져오는 맹독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아르센은 자기 자신을 배신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르센은 새로운 방식과 정책에 대한 열린 생각을 통해 현대 축구를 변화시켰다. 그는 각 나라의 리그와 문화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흡수하여 적정 레시피를 가지고 적정 시간에 영국 축구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르센의 모습을 표현한다면, 그의 철학이 영원한 정답이라고 믿고 가만히 서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주 똑똑한 교수님은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바로 그 요소가 '열린 생각'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모든 철학은 진화해야만 하며, 자신의 철학을 진리라고 맹신하는 모든 철학가들은 한때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영원히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배운다. 아스날의 철학은 특정 선수들과 함께, 특정 시대에, 특정 시장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그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아르센은 더 이상 외국 시장에서 선수권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더 이상 지구상에서 동떨어진 지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가 도래했고 한때 벵거만의 비밀 레시피였던 공식은 이제 기본 상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아스날 축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대륙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은 기름, 광산, 또는 엄청난 양의 닭을 소유하고 있는 갑부들이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더 이상 벵거의 마법 하나로 더 높은 주급을 받기 위해 떠나려는 선수들을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는 아직도 아스날 축구를 섹시한 축구라고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솔직히 말하면 아스날의 섹시한 축구는 사라진지 좀 되었다. 10년 전 하이버리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일의 축구와 최근 아스날의 축구를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지금 아스날의 축구는 천하무적 (Invincible) 보다는 설득부족 (Inconvincible) 에 가깝다. 당신의 밥그릇을 보라. 아르센이 당신의 밥에도 독을 탓을 수도 있으니.

우리는 모두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 하고 있다. 아르센은 계속 독이 든 밥을 먹으며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반전과 함께 아르센의 아스날이 카타르권법을 사용해서 맨체스터 시티를 최후의 결투 장면에서 무찌를 것인가?

언뜻 볼 때 아르센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마오쩌둥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도록, 혹은 리차드 도킨스가 예수님을 자신의 구원자로 여기도록 설득시키는 것 만큼이나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그를 둘러싼 강산은 항상 변화하기 마련이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진리이다. 또한 우리는 어린 선수들을 영입해 '아스날 방식™'으로 훈련시켜서 기량을 만개시키는 현재 아스날의 정책을 다른 팀들이 이미 모두 따라하고 있으며, 공들여서 키운 선수들을 다른 클럽들에게 큰돈으로 판매하는 정책 또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

아르센은 강하고 믿음직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계속 구원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커리어 막바지에 조롱과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경험 많고 진지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을 영입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는 그의 인생을 들여서 쌓은 그의 업적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아르센에게 공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11년이고 업적을 쌓아올리기 아주 쉬워진 만큼, 그것을 무너뜨리고 파괴한 후 침뱉기도 쉬워졌다.

하지만 불행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안경을 제대로 끼고 보고 있다면, 좋은 소식은 바로 아르센이 이것을 이미 모두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스날이 골키퍼를 정말 필요로 할 때, 그들은 리버풀의 페페 레이나에게 20m 파운드를 제의했다. 그들은 또한 보루시아 도르트문드의 마리오 괴체, 리옹의 요한 구르퀴프, 렌의 얀 음빌라, 그리고 릴의 에덴 하자드에게도 영입 제의를 하였다. 이 각각의 제의들은 - 물론 이외에도 더 많은 영입 제의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 모두 아스날의 최대 이적료 기록을 깰만한 금액이었다. 이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아르센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으며 그는 과거에 쓴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그가 과연 충분한 돈을 쓸지의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아스날 팬들에게 한 가지 잠재적인 희소식은 바로 아르센의 독이든 밥이 그를 죽이기보다는 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힘을 키워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는 그의 영화에 적당한 농도의 긴장감을 가미시키기 위해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쿵푸 영화에는 아주 멋진 마지막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까지는 당신의 밥을 조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