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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거를 비판하기전에 먼저 집어야 할 것들...(scrap)

칼럼 번역,Scrap





출처 하이버리(www.highbury.co.kr) -

 작성자 Nomads님 



이 세상 모든 일은 간단한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인풋이 다르면 아웃풋도 다르다.

당신이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일들은

이 원칙이 통용됩니다.

사회생활을 해도 마찬가지죠.

지원은 안되는데 성과물만 거두라면 다들 속으로 욕을 연발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뛰러 나가죠.

불공정한 시대의 불공정한 경쟁이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좋든 싫든 그것을 피하는 길은 은퇴밖에 없으니까요.

항상 사회에서는 냉정하지만 정확한 말이 있습니다.

'싫으면 딴데가' 

'딴데가 그리 좋으면 거기로 가면 될 거 아니야?'

'너도 딴데 가고 싶지만 뭔가 부족한 점이 있으니까 여기 있는거 아냐?

그러니 까라면 까야지'


인간이란건 때때로 놀라운 역량을 발휘해내고

때때로 그것은 구조적인 환경을 이겨내는 힘들을 발휘해내기도 합니다.

뛰어난 개인이 부족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일들도 있고요.

그러나 더 대상을 확대해보고 긴 시간을 도입해본다면

대체로 성과라는건 투입(노력 + 재능 + 지원)에 비례한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많이 때려부으면 어떤식으로든 성과가 나기 마련이죠.


그리고 여기 벵거라는 논란의 대상이 있습니다.

부족한 지원, 쇠락한 전통에도 불구하고 팀을 전세계적인 빅클럽으로

만든 감독이죠.

부족한 지원으로 넘치는 지원을 받는 팀과 대등하게 싸워온 것은 

대단한 업적이지만 지난 10시즌간 그런 일들을 이뤄냈으니

이제 대등하게 싸우는게 당연한 줄 아는 팬들도 생겨났죠.

절대적으로 이것은 틀린 얘기입니다.


로만의 등장은 축구판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는데 

그것은 자급자족형 축구 구단이란걸 무너뜨린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수익의 범위내에서 지출을 하고

그 수익의 범위를 넘어서 빚을 지더라도 자산에 비례해서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지출을 한다는게 

프로구단의 기본중의 기본이었고 100여년간 이어져 온 상식이었다면

로만의 등장은 축구구단을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죠.

더이상 구단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으며 

선수의 부풀려진 몸값 역시 절대적인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특정 포지션의 과포화도 상관없으며 일단 좋은 선수라면 데려오고 보는 일이 생겨났죠.

로만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오직 트로피 뿐이었으니까요.


로만의 등장은 함께 리그에서 경쟁하는 구단들에겐 불공정한 경쟁이 강요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만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치트키를 쓴다고 다른 구단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따라갈 수 있는 구단은 1등 마케팅으로 위치를 선점하던 맨유밖에 없었을 겁니다.

리버풀이 따라가다 망가졌고 맨유 역시 지난 3시즌간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채 문제로 고전하고 있죠.


그렇기에 로만의 등장이후 스쿼드에 돈을 쓴 순위 3위 이내의 팀만이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지적은 충분히 유의미합니다.

스쿼드에 2억 파운드씩 쓰고 벤치에 1억 파운드씩 앉혀 놓은 팀을 상대로

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맞서야 하는걸까요?

자본 대 자본의 방식은 애초부터 게임이 안되는 백퍼센트 필패의 길이었습니다.

상대가 사기적인 물량을 갖고 있다면 빌드라도 완전 다르게 가는게

약간이라도 승리할 가능성을 갖게 하는게 아닐까요?

사기적인 물량 앞에 비슷한 방식으로 맞서는건 필패의 길일 뿐입니다.


또 하나, 아스날은 빅클럽입니까?

빅클럽이라면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빅클럽이라고 하는건가요?

발렌시아가 빅클럽이라고 말할때 그와 같은 의미에서 빅클럽이라고 말하는건가요?

잉글랜드에서는 토튼햄도, 맨시티도 원래부터 빅클럽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빅클럽이라고 말하는건가요?

아니면 레알이나 유벤투스를 말할때의 빅클럽이라는 의미로

현재의 아스날을 빅클럽이라고 말하는건가요?


영입이나 벵거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먼저 드러나는 사실은

아스날의 전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것이며 

북런던에서조차 토튼햄에게 밀리던 클럽을 전세계적인 인기구단.

전세계의 10개 명문클럽을 꼽자면 그 속에 들어갈 수 있는 구단을 만든게

바로 벵거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영광의 시절은 1920 - 30년대 허버트 채프먼의 시절에 집중되어 있고

그 이후엔 긴 암흑의 시절을 보내면서 간간히 트로피를 따왔습니다.

토튼햄이나 맨시티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에서의 

잉글랜드 빅클럽이었지 유럽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고

2차대전 이전 채프먼의 시대를 제외하고 현대축구의 시기로 말한다면

맨유나 리버풀처럼 리그를 도미네이트한 시대도 없었습니다.

뛰어난 점이 있다면 80년간 강등을 당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리그에 잔류했다는것.


벵거 이전 아스날의 시대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벵거 이전 아스날이 빅클럽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많은 분들이 당연히 

생각하는 유럽의 명문구단으로써의 빅클럽이라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때는 그냥 잉글랜드의 빅클럽이었을뿐이죠.

벵거와 데인
의 성공 이후 아스날은 본격적으로 유럽무대에서

빅클럽으로써의 위상을 다지기 시작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벵거 이후를 가정할 필요는 없지만 댓글에 종종 등장하니 말해보자면

과연 벵거 이후 감독이 다른 빅클럽처럼 돈을 펑펑 쓸 수 있을까요?

구단주가 바뀌지 않는한 당장은 어려운 일일겁니다.

그럼 그런 상황에서 벵거만한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벵거와 같은 사기적인 능력을 다음 감독에게 또 기대한다는건 무리한 가정이죠.

그럼 이처럼 상대적으로 굳건하지 못한 빅클럽의 위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이 챔스권에서 흔들린다면 추후 전개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유벤투스나 밀란, 레알이나 바르셀로나가 유로파를 진출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팀의 위상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은 선망한다지만

과연 벵거 없는 아스날이 비슷한 정도의 상황에 놓이게 될까요?


벵거의 영입 정책, 스쿼드 운용에 관해서 저 역시 때때로 비판할 때도 있지만

가장 먼저 선행해야 할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사실의 확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팀에 대한 프라이드의 확인이야말로

선수와 서포터즈에게 최우선적인 일이란 것이죠.

어떤 선수건 팀보다 우선할 수 없고 - 이 점은 벵거도 마찬가지입니다 -

팀에 불만족한다면 그 선수는 팀을 떠나야지요.

그 불만족이란게 대화로 해결될 수 있는 불평의 수준이라면 잡고 달래겠지만

팀의 근본에 대한 의문이라면 그 선수는 다른 구단으로 가는게 맞습니다.

구단은 특정한 선수를 위해 맞춰주는 곳도 아니고 그 선수에게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구단은 필요하니까 선수를 쓰는 겁니다.

벤트너를 센터백으로 쓰지 않는건 벤트너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벤트너를 센터백으로 쓰는 것보다 포워드로 쓰는게 팀에게 더 낫기 때문인거고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팀들이 있고 서포터즈들마다 서포팅의 이유가 다릅니다.

모든 팀이 트로피를 원한다고요? 말도 안되는 거짓말입니다.

어떤 팀들은 진지하게 강등되지 않고 잔류되기 위해서 싸우며

어떤 팀들은 유럽무대에 한번이라도 진출하기 위해서 싸웁니다.

또 어떤 팀들은 챔스에 나가기 위해서 싸우고 있고요..

얼마전 밀란과 비긴 팀의 감독은 세상을 얻은듯 환호하더군요.


세상엔 서포팅의 이유도 많고 서포팅은 자유입니다만 

서포터라면 불평보다는 프라이드가 앞서는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80년대 삼성라이온즈의 팬으로 매일 전경기 기록 찾아봤었는데

나중엔 구단하는거 못견뎌서 한국시리즈 우승 못보고 서포팅 그만뒀거든요.


저 역시 비판하는 것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아쉬움과 의문도 남지만

최소한 벵거를 비판하는데에 있어서는 먼저 기본적인 팩트의 확인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논란의 여지가 있기에 나중에 또 쓰겠지만 

스스로 다이너스티를 무너뜨린건 로만에 맞선 벵거의 필연적인 선택이었고

그것은 바로 선제적 리빌딩이었으니까요.

어차피 다음시즌이면 모든건 증명될 일입니다.

과연 벵거가 트로피를 가져올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팀 자체가 충분히 트로피를 가져올만한 팀인지는요...

그리고 이번시즌은 그것을 위한 근사치의 도전과정인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