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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버리 전 상서 by 서형욱 (scrap)

칼럼 번역,Scrap

2011년 7월 15일 올라온 글입니다.

( 출처: 하이버리  서형욱 해설님)

0.

세상 옳고 그름에 모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입장마다 받아들이는게 다른거니까.

나에게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일수 있고
나에게 나쁜 사람이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모든 게 다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진리(혹은 상식)는 있을겁니다.

남의 것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것 같은.

뭐, 거창하게 얘기하면 '정의'일수도 있겠죠.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

1.

아슨 벵거라는 남자,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 친소 관계를 떠나 그 사람의 언행만으로 누군가를 파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적인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러하죠.

축구팀을 운영하고 이끄는 일을,
저는 공적인 일로 받아들입니다.
자기 행동의 결과가 자신만의 몫으로 귀결되지 않기 때문이죠.

축구 감독 같은 경우 더 그러하겠죠.
특히, 아슨 벵거처럼 단순한 coach 이상의 역할을 맡는 사람이라면 더욱 더.

2.

저는 아슨 벵거를 꽤나 좋아합니다.
친분도 없고 남들에 비해 그를 딱히 더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보여준 언행과 삶의 궤적에서 느껴지는
축구 철학이나 고집스런 태도가 참 맘에 듭니다.

스스로에 철저하기에 스스로의 신념에 당당하며
타인의 눈을 의식해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으며
그래서 늘 신경쇠약직전의 남자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

그를 볼 때면 늘 넥타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멋대가리 없는 디자인에 특히 그 매듭.
살면서 수백 수천 번을 맸을텐데 어쩌면 그리도 매듭을 이쁘게 못 매는지.
준수한 외모와 부러운 기럭지를 가졌으니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 못지 않은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3.

하지만 그게 벵거죠.
벵거의 기준은 늘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의 판단과 자신의 눈.
그가 축구에 바치는 시간이나 노력, 그리고 그에 걸맞는 혜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벵거는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구상을 구현하는 데에 전력을 쏟습니다.

때로는 비판을 받기도 하죠.
잘못된 영입이나, 잘못된 전술.
하지만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그마저도 참 드뭅니다.
그만큼 준비하고 애를 쓴 덕분이겠죠. 실수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제가 벵거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그의 철학이 저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 바로 그 근거는
그가 상식적인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상식'은 비합리적인, 비정상적인 재원을 배제합니다.
'축구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돈에 몸을 움직이는 것에도 예민합니다.

축구판에 아무리 많은 거품이 끼고
다른 클럽들이 거액을 물쓰듯이 써도
자신의 신념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
세상의 변화에 타협하지 않는 견고한 자기 확신.

4.

아스널이 일정액 이상의 과도한 금액을 이적료에 지불하거나
선수들에게 (라이벌 클럽에 비하면) 지나치게 높은 급료를 지급하는 일이
좀처럼 없는 것은 돈이 없어서만은 아니죠.

몇 년간 우승이 없고, 똑같은 지적과 요구가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책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그 스스로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겁니다.

그리고 지난 수 년간, (적어도 저는) 그의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스쿼드로 이런 성적을 내는 것.
시즌의 어느 한 순간만큼은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꾸준히 유지해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스널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맨유나 맨시티나 첼시 선수들에 비해
결 코 유 명 하 지 않 습 니 다.
게다가 그들이 받는 급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죠.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국적 불문하고 자기 클럽에서 키워낸 선수들로
팀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는 놀라울만큼 견고하니까요.

5.

문제는 트로피의 유무가 아닐겁니다.
그의 철학과 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혹은 포기할 것인가.
아스널의 힘과 전통은, 벵거를 지지하고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그리고 벵거는, 아스널이 그렇게 지켜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죠.

물론 팬은 다릅니다.
이기고 싶어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어하죠.
그건 모든 팀들, 모든 팬들, 특히 명문팀의 팬들이라면 다 똑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스널이, 벵거가 그렇지 않기에 더 가치있는 팀이라 생각합니다.
손에 돈을 쥐고도 낭비하지 않는 사람, 그게 단지 장부의 플러스 마이너스가 아닌
자신의 철학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런 감독이 이끄는 팀의 팬이라는게 꽤 자랑스러울수도 있겠다는 생각.

6.

우승은 언제든 할 수 있는거죠. 1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하지만 과다경쟁의 물살에 휩쓸려 경쟁하는 것(도 의미있을지 모르지만)보다는
이런 식으로 끝끝내 성과를 내는 모습을 기다려보는것도 의미있지 않을런지.

벵거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감독이고
그래서 아스널은 매혹적인 클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처럼 글도 남겨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어 두서없이.

늘 그렇듯,
세상에 정답이란 없는걸테지만 말이죠.





오컴의 면도날

오해와 진실


-아스날 팬 커뮤니티 하이버리에 올린 글입니다-

전 적어도 9월1일까지는 돌아오지않는게 예전 제가 이곳의 분들에게 범한 무례함에 대한제 나름의 사과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렇지만 어제 같은 경기를 보니 도저히 그럴수가 없네요. 어쨌든 먼저 예전에 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 그때 제 글에 마음의 위안을 느꼈다고 쪽지를 준 많은 분들이 있었다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상처를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이곳에 남아있고 싶어합니다. 단지 '표현'할 수없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것 뿐이죠.  그런 분들 역시 그저 아스날을 사랑하고 단지 벵거 역시 좋아하는 팬들일 뿐입니다.  먼저 그런 분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드려보면서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실 어제의 경기를 보면서 저 역시 벵거가 잘못됐고 우리팀이 잘못나가고 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운한 몇명의 출장정지,부상 그리고 코어들의 갑작스런 이적. 네 이 모든것이 한꺼번에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방관'한 감독님에 대한 감정섞인 분노 이 모든것들은 분명히 이해가 가고 저 역시 너무나 화나고 슬프고 그랬으니까요.

우리 캡틴의 리액션처럼 저 역시 그동안 벵거의 경질을 바랐던 분들에게 당신들이 옳았던 어제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을정도로요 ;;   전 어제 기깟 공놀이가 아닌 제가 그렇게 좋아했던 하나의 철학 혹은 이상이 현실에서 어떤식으로 난도질당하고 파괴되어가는지를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조롱당하게 될 어떤 사람들이 떠올라서 더 마음이 아팠구요.

 한편으로 다른쪽에선 단지 축구는 이기는게 정의이고 돈을 쓰면 재미있는 경기 역시 볼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는게 더 절 좌절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부러워하는 팬들, 그렇게 되길 원하는 팬들에게 저 역시 말도 안되는 이상에- 결과조차 실패한-동참해달라고 말하는건 더이상 무리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어지구요. 다만 그럼에도 지금의 비판의 몇 가지면을 바라보는데 다소 우려되는 면이 있기에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 오컴의 면도날을 언급해서 간단하게 현재의 아스날을 바라봅니다.

현대 축구는 간단합니다. 주급=성적이라고 개인적로 생각하고 이 이론은 EPL에서 거의 그대로 적용됩니다.물론 맨유는 첼시보다 60m은 작은 주급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그럼에도 우승을 했습니다.

전 맨유가 첼시보다 작은 주급규모임에도 그나마 버틸수 있었던 건 '우승'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우승이 없었더라면 상대적으로 유망주나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이름으로 채워지는 맨유 역시 반발이 심했을것이고 단적으로 작년의 루니사건이 그것의 상징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완고한 퍼거슨마져 -선수가 반발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루니를 내보내라고 했음에도- 루니를 지키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퍼거슨은 안거죠. 루니를 보내면 맨유 역시 우승하기 힘들다라는 사실을요.

그럼 우리팀을 보죠. 우리가 무패 우승하던 시절 주급 규모는 EPL에서 거의 1,2위를 다투던 주급 규모였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맨유와 우리가 우승을 다투었던 겁니다. 그리고 슈퍼스타 역시 끌어들일수 있었구요. 팀에 대한 충성심, 국적? 현대 축구에서 이 모든것은 명확하게 돈앞에서 무기력합니다. 물론 특별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벵거감독이 지키려고 했던 '세스크'죠. 그러나 그러한 세스크 역시 돈보단 우승이라는 '명예'를 택했다고 보는게 옳은거겠죠. 만약 바르샤라는 팀이 그저 그런 중위권팀이었다면 세스크는 돈을 쫓아떠나거나 그래도 우리팀에게 의리를 지켜주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겁니다. 그는 무려 8년을 우리팀에서 헌신했고 전 그가 우리에게 결과물을 주지못했더라도 조금 더 존중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우리팀으로 돌아와서 에미레이츠 프로젝트는 당시의 무리한 지출을 해가면서,적자를 봐가면서 스타를 유지하는 시스템에서 보드진이 한발 도약을 위해서 결정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에미레이츠를 짓지않고 맨유처럼 아슬아슬 줄타기하면서 우승을 했을수도 있습니다.

*맨유는 그런 줄타기를 할 수있는 여건상 우리팀보단 훨씬 유리했습니다. 이미 유스시스템은 갖춰져있었고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가졌으며 영국에서도 꽤 큰 구장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맨유조차 재정적으로 분석해보면 챔스 8강과 우승권을 유지하지 못하면 팀이 한방에 재정적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아무튼 우리팀이 에미레이츠를 짓지 않았다면 몇번의 우승을 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첼시가 들어오고 맨시마져 들어온 이 시스템에서 우리가 그들의 주급 규모를 쫓아가기 힘들었고 한번 삐끗하면 아마도 우리팀은 '리즈'꼴이 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현재 우리팀의 자산가치는 포보스나 머니풋볼 딜라이트같은데서 측정하기에 세계에서 4-5위정도를 유지중이고 이는 정확하게 우리팀이 런던이라는 대도시에 6만석짜리 구장을 갖고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래를 위해서 4-5년정도는 희생했다라고 봐야겠죠.


그럼 다시 돌아와 그 4-5년동안 우리는 주급 규모를 줄이기위해서 노장선수, 소위 말하는 슈퍼스타를 방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의 주급규모는 정확하게 챔스권을 아슬아슬 하게 유지할 정도로 유지되어왔다고 봐야 옳습니다. 그리고 이적료 순위를 보죠. 우리팀이 지난 5년간 써온 이적료는 무려 강등권-이 사실은 팬들도 아는 사실이죠.-의 이적료를 썼습니다.

 즉 이런 주급 규모와 스탠딩 규모를 유지하면서 챔스권을 유지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팀은 꽤나 선전했다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팬들이 꼭 이러한 사실을 알 필요도 없고 '우승'하던 팀이 고작 챔스권에 만족한다라는 사실에 분노할 수 있습니다. 그것 역시 팬의 당연한 권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심플하게 현재 상황을 봤을때 우리 팀이 이런 상황을 빠져나올수 있는건 결국 '돈' 밖에 없습니다. 물론 벵거가 신이었다면 혹은 거의 신에 가까운 능력으로 한번의 우승을 했더라면 우리팀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었겠죠. 즉 현재 많은 비판중에서 제가 지적하고 싶은 비판의 포인트는 지난 4-5년을 어떻게 바라 보느냐이고 전 팬들의 눈높이가 현실적인 지점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이에는 벵거가 보여준 우승에 근접해가 버린 시각적 착각에 있었겠죠. 그러나 지난 4-5년이 실상 챔스권 유지가 목표 였음에도 보드진과 벵거가 팬들을 속여왔다라는 점에선 비판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즉 말도 안되는 꿈을 계속 꾸도록 내버려뒀다라는거죠.

 
그러나 세상엔 가끔 말도 안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고 스포츠는 아무리 통계적으로 완벽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더라고 하더라도 이변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4강에 가리라 감히 아무도 예상못했던 것처럼요.

-그러나 대게 이런 기적조차 최대한 변수를 줄인 결과에 불과합니다. 2002년 월드컵의 한국팀은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원들을 받았으니까요.-

아무튼 이런 '변수'는 노출이 심해질수록 대개는 줄어듭니다. 즉 리그처럼 38경기를 뛰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수는 대게 작은 차이에 불과합니다. 마치 심판때문에 놓친 경기들 땜에 우승을 못했다라는 이야기같은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런한 것들은 대게 미신이 되고 감정적으로 진실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정확하겐 '사실'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지난 4-5년간의 아스날에 대한 비판은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분들이 지금의 모습을 비판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건 논리적으로 옳지않다고 여깁니다. 즉 비판은 하되 비판의 포커스는 바로잡자는게 이 글을 쓴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올해를 바라보면 벵거를 비판한 많은 분들의 논리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일단 간단하게 팀을 바라볼때 명백하게 약점이 노출되어 있었고 어떤 '액션'을 했다라는 언론플레이가 아닌 행동 만을 봤을때 고작 유망주에 12m을 붓는 행위 그리고 팀의 약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라는 점에서 확실히 비판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팀의 코어가 떠났음에도 그 부분을 불확실성-윌셔의 복귀-에 걸었다라는 점에서도요.


-물론 예전에도 이러한 상황이나 순간은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을 하시는 분들을 봤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에 우리가 수비수를 샀더라면 우승에 훨씬 더 접근했을 가능성이 있던것 처럼요. 그러나 이것은 단지 '가능성'이지 여전히 우리에겐 힘든 싸움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벵거는 아마도 그 약간의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가능성에 투자하고 싶어하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만약 벵거의 플랜에서 필존스가 최우선-필존스는 정확하게 벵거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죠-이었고 그게 틀어졌으면 그에 알맞는 다른 선택을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세상에 필 존스와 비슷한 가치와 실력을 갖춘 선수가 하나밖에 없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2m의 돈을 유망주에 쏟아부었다고 해서 이팀이 슈퍼스타를 살 수있는 팀이라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고 봅니다. 즉 개인적으론 퍼거슨처럼 조금더 확실한, 그리고 이창수님의 말씀처럼-충성심을 어느 정도는 확보 할수 있는- 로컬 유망주에 투자했다고 보는게 옳기 때문입니다. 결국엔 우리팀의 슈퍼퀄리티란 슈퍼스타를 데려올수 없는 상황이라는건 변함이 없다라는 거죠.

그럼 정말 우승을 하는데 비판의 초점을 맞춘다면 간단합니다. 팬들이 주급 규모를 올리길 요구하거나 슈가 대디가 이 팀을 인수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벵거가 이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이 팀이 확실히 우승하리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적 근거는 간단합니다.

" 돈의 규모가 결국 성적이다."

아무튼 꽤 긴 이야기가 되었지만 누군가가 말한 오컴의 면도날로 우리팀을 분석해보면 간단하다라는 겁니다. 딱 챔스권 정도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재정적 역량을 가진 팀. 그리고 이번 시즌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이하를 예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구요. 즉 챔스권을 유지하지 못했다라는건 감독 경질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역량 이상의 것은 보이지 못한 셈이니까요.

아무튼 그런 팀임에도 제가 왜 이런 팀을 서포팅하고 이 팀의 '우승'을 바라냐구 물으신다면 그건 아마도 팬이기 때문일 껍니다. 전 앞서 언급한 작은 기적들이 모여서 어쩌면 진짜 기적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신뢰하진 않지만 팬으로써 믿으니까요. 그리고 누군가가 이것을 '신앙'이라고 하는걸 보았습니다. 물론 그분을 비난할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래서 전 위에서 신앙을 배제하고 우리팀을 냉정하게 바라볼때 어떤 수준인가를 말해드린것 뿐입니다.

그리고 다시 전 팬의 입장으로 돌아와, 8-2로 지든 굴욕을 당하든 이 팀을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켜볼 것입니다.물론 신앙을 가지고요. 그런 와중에 물론 벵거가 경질당할수도 있고 그러면 제 이런 마음이 변할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지금만은 벵거를 싫어하는 분이든 좋아하는 분이든 똑같이 아스날이라는 팀을 응원한다는 사실이고 똑같이 슬퍼하거나 기뻐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표현 방식의 차이, 누구를 향한 비판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PS. 하이버리는 아스날을 그깟 공놀이가 아닌 삶의 일부로써 받아들이는 많은 팬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훨씬 과격해지고 감정적일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지 그런 감정들이 우리 자신들을 파괴하기 위한 소모적 행동엔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곳을 지켜본 바로는 -비록 제가 한때의 감정을 못이겨서 특정한 이들을 향해서 감정적 비난을 했지만- 그러한 것들이 비교적 잘 지켜지는 공간이라는 것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튼 어제의 결과의 실망한 많은 팬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명작론

오해와 진실


하이버리를 여전히 가끔 눈팅중입니다.
무례하게 절을 떠난다라고 말한 중이지만
여전히 그절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누군가를 향한 견해는 다를지 모르겠으나
서로가 바라는 바가 같기때문입니다.

때때로 제가 그랬던것처럼 논란이 발생하고
그것을 지켜보다보면 피끓는 분노나 피드백을
하고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폭탄을 던지고 나온 제가 어떤 논란에 참견하는건
무례한거같아서 그냥 방관론자가 되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오늘 지리한 벵까 벵빠논쟁속에 
벵거에대한 비판적 견지의 글이지만 괜찮은 인사이트를 제공한
느낌이기에 피드백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하이버리에
글을 남기지 못해서 여기다 써봅니다.
그리고 Magic 버그님의 글을 허락도 없이 가져와서 조금 죄송하네요.


-하이버리 Magic 버그님글-
 


그리고 저의 명작론

 아르센 벵거에 대한 존경은 누군가에겐 성적에 대한 존경일순 있지만
저에겐 아닙니다. 아르센 벵거가 보여준 성적은 축구계의 족적으로
보면 그렇게 커다란 성적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르센 벵거가 커다란
존경의 대상이 된건 그의 철학,그리고 그 철학이 보여진 작품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었습니다. 과거형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과거만이
그렇게 보일수도 있기에 논란을 피하고 싶어서 입니다.

어쨌든 지금의 아르센을 외부적으로 보면 누군가가 이견을 제시하지
않기에 망가져있는 감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식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르네상스시대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의 업적은 대부분 미켈란젤로가
젊은 시절에 성취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르네상스 사조에 속하는
작품들이 이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구요. 그래서 사실 그의 후반기 삶,
그리고 작품들은 그의 이름에 비해서 대중적으로 조명받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후반기 삶은 실패한것일까요? 그러나 그의 후반기 작품
들은 단지 비평가들이 만들어낸 시대적 취향의 희생양일뿐입니다.
그의 후반기 작품들은 르네상스 이전의 양식을 취한것이기에 평가
절하당했을뿐 여전히 미켈란젤로의 천재적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외부적 시선에서 이것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평가절하당할 수 있습니다.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고 그렇기에 
미켈란젤로의 후반기 작품처럼 아르센의 말년 역시 그렇게 될수도
있습니다.

여기 또 다른 화가가 있습니다. 살아 생전 자신의 작품으로 번 돈은
고작 6달러. 그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민폐덩어리였고 자신의 친구
들에게 괴팍한 미치광이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품이 되었습니다. 네 모두가 아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항상 시대에 강요당하는 삶, 그리고 비교당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깟 공놀이에도 라이벌에게 비교당하고
축구커뮤니티에선 항상 화살표 놀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의 신념은 남들의 잣대에 흔들립니다. 선수를 사지않으면
우승하지 못한다. 클럽은 적자를 내면서 까지 우승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기는 축구가 절대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르센의 팬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가 아스날의 감독이 되고 초창기에 이루어진 커리어는
우리의 라이벌 퍼거슨에 비하면 초라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링요,그리고 과르디올라같은 젊은 감독들에
비해서도 그러합니다. 그렇지만 아르센은 그들이 보여주지
못한 축구, 그리고 축구 이상의 철학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팬이 되었고 그런 아스날 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아르센 역시 인간이고 그의 잘못된 행동은 때때로 
비판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르센이 가고 있는 길
자체가 잘못됐다 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팬들중에
우리가 가고있는 길이 잘못됐다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6년은 버려진 6년
으로 보여질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 빈센트 반 고흐의
유일한 지지자가 되어주었던 그의 동생 테오처럼 벵거를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가 가는 길이 지금은 평가절하당하고
비웃음 당할수도 있지만 그가 생각했던 방법론,철학들이
축구 역사에서 커다란 족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혹은 잘못된 시스템에 저항한 인물로써 말이죠.
전 그가 돈키호테가 되어서 비웃음을 당하든 그리고 후세에
고흐처럼 인정받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좋으면 되니까요.
그게 제가 아스날을, 아르센이라는 남자를 서포팅하는
유일하게 아는 방법입니다.

끝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하나 인용해볼까합니다.

꿈을 밀고 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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